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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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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연구원들 2025. 10. 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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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1934–2025):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다시 그린 과학자, 그리고 시대의 양심

10월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강연 투어 중 자연사(노환)로 별세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의 어머니’를 넘어 현대 동물행동학과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1960년 탄자니아 곰베에서 시작한 야생 침팬지 장기 관찰은 인간/동물의 경계를 흐리게 했고, 이후 60여 년에 걸친 보전·교육·연대 활동은 전 세계 시민사회의 생명감수성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제인 구달 연구소(JGI) 공식 발표와 함께 주요 언론을 통해 확인되었으며, 2025년 1월에는 미국의 최고 민간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훈했습니다.


한눈에 보는 프로필

  • 본명: Valerie Jane Morris-Goodall
  • 출생: 1934. 4. 3, 영국 런던(햄스테드)
  • 전공/직함: 동물행동학자(에솔로지스트), 영국 작위(DBE) 수훈(‘Dame’)
  • 대표 업적: 야생 침팬지 장기 관찰, 침팬지의 도구 사용·제작 최초 확인, 사회·감정·문화적 행동 체계 연구
  • 설립: 제인 구달 연구소(1977), 청소년 환경행동 네트워크 Roots & Shoots(1991)
  • 주요 수상: Templeton Prize(2021), Presidential Medal of Freedom(2025), UN 평화메신저(2002), 영국 DBE(2003/2004 집행) 등

1) 성장과 ‘아프리카로’: 비정통 경로의 시작

제인 구달은 어린 시절부터 동물 관찰을 사랑했지만 정규 학위 없이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스무 살 무렵 아프리카로 건너갈 비용을 모았습니다. 1957년 케냐에서 고(故) 루이스 리키를 만난 것이 전환점이 되었고, 리키의 후원으로 1960년 7월 14일 탄자니아 곰베에 들어가 야생 침팬지 관찰을 시작합니다. 이는 훗날 ‘트라이메이트(Trimates)’—굳이라카스·포시와 함께—로 상징되는 여성 영장류학자 시대를 열게 됩니다. 이후 리키의 권유로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기존 학위 없이도 박사 학위를 받은 드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2) 곰베의 발견: ‘도구를 쓰는 침팬지’와 사회·감정의 증거

곰베에서 구달이 목격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침팬지가 풀줄기·나뭇가지를 가늘게 다듬어 흰개미를 ‘낚아’ 먹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는 도구 사용과 제작이 인간 고유라는 통념을 뒤집었고, 리키는 “이제 인간을 재정의하든지, 도구를 재정의하든지,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후 구달과 동료들은 사냥(콜로부스 원숭이 사냥), 전쟁·연합, 애정 표현·양육, 문화적 전승 등 복잡한 사회 행동을 기록하며 ‘침팬지 사회’의 내밀한 삶을 세계에 소개했습니다.


3) 방법론의 전환: ‘객관적 거리’에서 ‘개체의 삶’으로

구달은 연구 대상에게 번호 대신 이름을 붙이고, 개체의 성격·감정·유대를 서술해 과학계의 기존 문법에 도전했습니다. 초기에는 객관성 결여 논란이 있었으나, 방대한 장기 관찰 데이터가 축적되며 개체성·사회성·감정성에 대한 서술은 오히려 행동·생태 해석의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오늘의 동물행동학과 인지생태학은 구달의 ‘친밀한 현장’ 접근을 흡수하여 개체 생애사, 문화, 케어까지 포괄하는 확장된 윤리·방법론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4)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생 침팬지 장기연구: 곰베 스트림 연구센터(1965~)

1965년 설립된 Gombe Stream Research Center는 지금도 운영 중인 세계 최장기 침팬지·개체군 장기 모니터링 현장입니다. 한 세대가 아닌, 여러 세대에 걸친 개체 역사가 촘촘히 기록되어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고 전승했는가’까지 추적 가능한 황금 표준 데이터셋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5) 과학에서 운동으로: JGI(1977)와 Roots & Shoots(1991)

연구 성과를 보전·교육·커뮤니티 역량 강화로 번역하기 위해, 구달은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JGI)**를 세웠습니다. 이어 1991년 탄자니아의 10대들과 함께 시작한 Roots & Shoots는 현재 전 세계 수많은 학교·지역에서 청소년이 스스로 문제 정의–행동–공유를 실천하는 대표적 시민과학·시민행동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6) 공적 영예와 영향력: DBE–UN 평화메신저–대통령 자유 메달

구달은 2002년 UN 평화메신저에 임명되었고, 2003/2004년에는 영국에서 DBE 작위를 받았습니다. 2025년 1월 4일에는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훈하여 과학·환경·인류애에 걸친 공로를 공인받았습니다.


7) 과학윤리·동물복지·환경정의: ‘말해야 할 때 말하는’ 목소리

구달의 활동은 실험동물 복지, 사육환경 개선, 야생동물 거래·시장 규제, 개·고양이 고기 산업 반대, 기후·생물다양성 위기 대응 등으로 확장했습니다. 한국의 개 식용 금지 법제화(2024) 과정에서도 국제적 연대의 목소리를 보탰고, 국내외 시민단체와 함께 개·고양이 고기 산업 종식을 호소했습니다. 이는 단순 동물보호를 넘어 공중보건·문화·세대윤리를 연결하는 프레임으로 확장되었습니다. 


8) 대표 저작과 미디어

현장 기록과 대중저술을 통해 『In the Shadow of Man』, 『Through a Window』, 『The Chimpanzees of Gombe』 등은 학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다큐멘터리 〈JANE〉(내셔널지오그래픽)은 초창기 미공개 필름을 통해, 젊은 연구자가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는 과정을 생생히 복원합니다. (일반적 사실 소개)


9) 2013년 ‘인용·출처’ 논란: 인정과 시정

신간 『Seeds of Hope』(공저) 출간을 앞두고, 일부 문장·구절의 출처 미표기가 지적되어 출간이 연기됐습니다. 구달은 인용·출처 표기 미비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으며, 이듬해 주석·출전 보강을 거쳐 재출간했습니다. 과오를 인정하고 고치는 과정은, 공적 신뢰를 다루는 저자의 태도—특히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기준이 요구되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10) 2025년 별세와 전 세계의 애도

구달은 강연 투어 중이던 2025년 10월 1일(현지),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JGI는 공식 추모 페이지를 열어 생애와 업적을 정리했고, 유력 매체와 과학계·환경단체는 “과학을 넘어 희망과 행동을 설파한 아이콘”으로 추모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개체의 삶과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과학자”로 회고했습니다.


11) 왜 제인 구달인가: 패러다임의 5가지 전환

  1. 도구/인간 재정의: 인간 고유 속성(도구 사용·제작)을 침팬지에서도 확인 → 인간 특수성의 상대화
  2. 감정·사회·문화의 과학화: 교감·애정·연대·전쟁·사냥·문화전승 등 행동 레퍼토리의 정량·정성 결합 연구. 
  3. 방법론 혁신: 번호 대신 이름, 단기 실험 대신 세대 단위 장기 관찰, 커뮤니티 기반 보전/교육 통합.
  4. 시민행동의 제도화: Roots & Shoots로 청소년 주도의 문제 해결 모델 확산(학교·지역·세대 연결). 
  5. 과학자의 사회적 책무: 실험동물·동물복지·야생거래·기후위기 발언—윤리·정책·교육을 잇는 공적 실천.

12) 한국 독자를 위한 포인트: 현장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세대로

  • 장기 데이터의 힘: 곰베 데이터는 ‘오늘의 행동’이 아니라 생애사와 세대 간 전승을 읽게 합니다. 기업·정책·교육 현장에서도 단기 성과 지표장기 추적 지표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 커뮤니티 기반 보전: JGI의 TACARE 같은 프로그램은 보전을 생활·생계·교육과 묶어 현지 주민의 행동 가능성을 키웁니다(‘보전=금지’가 아니라 ‘전환=기회’). (일반적 소개, 맥락화)
  • 청소년 시민과학: Roots & Shoots는 한국 학교·지자체의 생태전환교육과 쉽게 접목됩니다. 작은 프로젝트도 문제 정의–행동–공유–확산의 순환을 통하면 지속 가능합니다. 
  • 윤리적 소비와 제도 변화: 한국의 개 식용금지 법제화 과정에서 보듯, 윤리·여론·정책이 결합될 때 빠른 제도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13) 주요 연표

연도사건
1934 런던 출생
1960 곰베에서 야생 침팬지 관찰 시작
1965 곰베 스트림 연구센터 설립(장기연구의 제도화) 
1977 제인 구달 연구소(JGI) 설립 
1991 Roots & Shoots 창립(청소년 환경행동 네트워크) 
2002 UN 평화메신저 임명 
2003/2004 DBE 작위(영국) 수훈(임명/집행) 
2021 Templeton Prize 수상(신앙·과학·윤리의 가교) 
2025.01.04 대통령 자유 메달 수훈(백악관) 
2025.10.01 캘리포니아 강연 중 별세(자연사, 향년 91세) 

14) 핵심 논쟁 지점: 비판과 그 이후

  • 현장 먹이 주기(Provisioning): 초기 곰베 연구의 먹이 제공은 관찰 용이성을 높였지만 행동 교란 우려를 낳았습니다. 구달은 후대 기준에서 동일 방법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장기연구는 점차 저간섭으로 전환했습니다. (연구사 일반 논점, 학계 합의 소개)
  • 인간화(Anthropomorphism) 논쟁: 감정·성격 서술은 오랜 기간 논란이었으나, 오늘날 정량·행동지표·신경과학의 교차증거는 ‘감정·인지·사회성’ 서술의 과학적 단단함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2013년 인용·출처 미표기: 『Seeds of Hope』의 일부 문장 출처 누락 → 사과와 수정 → 재출간(주석·출전 대폭 보강). 책임 인용의 표준을 재확인한 사건이었습니다. 

15) 남겨진 유산: 데이터, 제도, 사람

  1. 데이터의 유산
    곰베는 이제 하나의 연구지가 아니라, 생애사·문화·사회망·생태가 중첩된 살아있는 데이터 생태계입니다. 개체 등록·혈연·이동·연합·분화·전쟁·협력·질병·번식·사망이 시간축 위에 정교하게 채워져, 수많은 2·3차 연구를 낳았습니다. 
  2. 제도의 유산
    JGI는 커뮤니티 기반 보전의 전형을 만들었습니다. ‘숲을 지키는 일’은 생계·교육·보건·여성 역량 강화와 함께 갑니다. TACARE 같은 모델은 보전=삶의 질이라는 결합을 제도 안에 녹였습니다. (맥락 소개)
  3. 사람의 유산
    Roots & Shoots는 전 세계에서 청소년 리더십을 키웠습니다. “작은 행동도 모이면 세상을 바꾼다”는 구달의 메시지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붕괴 앞에서 희망의 실천으로 구체화되었습니다.

16) (부록) 읽을거리·볼거리 추천

  • About Jane / Remembering Jane – JGI 공식 생애·업적 아카이브 
  • Gombe 60 – 60주년 특별 페이지(1960–2020) 
  • Britannica 인물사전 – 통합 전기·연표, 대표 저작 요약
  • White House 발표문 / C-SPAN 영상 – 2025 대통령 자유 메달 수여식 기록 
  • 2013 논란 관련 보도 – The Guardian 등(사과·출간 연기·수정 기록) 

맺음말: ‘과학을 넘어, 희망으로’

제인 구달은 숲의 실험실에서 시작해 세상의 교실로 나아간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관찰’만으로 멈추지 않고, 보전·교육·정책·윤리로 연구를 번역했습니다. 과오가 있으면 인정하고 고치는 책임의 언어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개체의 삶을 이름으로 부르고, 그 삶이 이어질 미래 세대에게 행동의 책임을 당부했습니다.
그녀가 떠난 자리는 크지만, 남긴 데이터와 제도, 사람과 이야기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녀가 남긴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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