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강연 투어 중 자연사(노환)로 별세한 제인 구달은, ‘침팬지의 어머니’를 넘어 현대 동물행동학과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인물입니다. 1960년 탄자니아 곰베에서 시작한 야생 침팬지 장기 관찰은 인간/동물의 경계를 흐리게 했고, 이후 60여 년에 걸친 보전·교육·연대 활동은 전 세계 시민사회의 생명감수성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녀의 죽음은 제인 구달 연구소(JGI) 공식 발표와 함께 주요 언론을 통해 확인되었으며, 2025년 1월에는 미국의 최고 민간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훈했습니다.
제인 구달은 어린 시절부터 동물 관찰을 사랑했지만 정규 학위 없이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스무 살 무렵 아프리카로 건너갈 비용을 모았습니다. 1957년 케냐에서 고(故) 루이스 리키를 만난 것이 전환점이 되었고, 리키의 후원으로 1960년 7월 14일 탄자니아 곰베에 들어가 야생 침팬지 관찰을 시작합니다. 이는 훗날 ‘트라이메이트(Trimates)’—굳이라카스·포시와 함께—로 상징되는 여성 영장류학자 시대를 열게 됩니다. 이후 리키의 권유로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 기존 학위 없이도 박사 학위를 받은 드문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곰베에서 구달이 목격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침팬지가 풀줄기·나뭇가지를 가늘게 다듬어 흰개미를 ‘낚아’ 먹는 행동이었습니다. 이는 도구 사용과 제작이 인간 고유라는 통념을 뒤집었고, 리키는 “이제 인간을 재정의하든지, 도구를 재정의하든지,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후 구달과 동료들은 사냥(콜로부스 원숭이 사냥), 전쟁·연합, 애정 표현·양육, 문화적 전승 등 복잡한 사회 행동을 기록하며 ‘침팬지 사회’의 내밀한 삶을 세계에 소개했습니다.
구달은 연구 대상에게 번호 대신 이름을 붙이고, 개체의 성격·감정·유대를 서술해 과학계의 기존 문법에 도전했습니다. 초기에는 객관성 결여 논란이 있었으나, 방대한 장기 관찰 데이터가 축적되며 개체성·사회성·감정성에 대한 서술은 오히려 행동·생태 해석의 정확도를 높였습니다. 오늘의 동물행동학과 인지생태학은 구달의 ‘친밀한 현장’ 접근을 흡수하여 개체 생애사, 문화, 케어까지 포괄하는 확장된 윤리·방법론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1965년 설립된 Gombe Stream Research Center는 지금도 운영 중인 세계 최장기 침팬지·개체군 장기 모니터링 현장입니다. 한 세대가 아닌, 여러 세대에 걸친 개체 역사가 촘촘히 기록되어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고 전승했는가’까지 추적 가능한 황금 표준 데이터셋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연구 성과를 보전·교육·커뮤니티 역량 강화로 번역하기 위해, 구달은 1977년 **제인 구달 연구소(JGI)**를 세웠습니다. 이어 1991년 탄자니아의 10대들과 함께 시작한 Roots & Shoots는 현재 전 세계 수많은 학교·지역에서 청소년이 스스로 문제 정의–행동–공유를 실천하는 대표적 시민과학·시민행동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구달은 2002년 UN 평화메신저에 임명되었고, 2003/2004년에는 영국에서 DBE 작위를 받았습니다. 2025년 1월 4일에는 백악관에서 미국 대통령 자유 메달을 수훈하여 과학·환경·인류애에 걸친 공로를 공인받았습니다.
구달의 활동은 실험동물 복지, 사육환경 개선, 야생동물 거래·시장 규제, 개·고양이 고기 산업 반대, 기후·생물다양성 위기 대응 등으로 확장했습니다. 한국의 개 식용 금지 법제화(2024) 과정에서도 국제적 연대의 목소리를 보탰고, 국내외 시민단체와 함께 개·고양이 고기 산업 종식을 호소했습니다. 이는 단순 동물보호를 넘어 공중보건·문화·세대윤리를 연결하는 프레임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현장 기록과 대중저술을 통해 『In the Shadow of Man』, 『Through a Window』, 『The Chimpanzees of Gombe』 등은 학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다큐멘터리 〈JANE〉(내셔널지오그래픽)은 초창기 미공개 필름을 통해, 젊은 연구자가 기존 질서에 균열을 내는 과정을 생생히 복원합니다. (일반적 사실 소개)
신간 『Seeds of Hope』(공저) 출간을 앞두고, 일부 문장·구절의 출처 미표기가 지적되어 출간이 연기됐습니다. 구달은 인용·출처 표기 미비를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으며, 이듬해 주석·출전 보강을 거쳐 재출간했습니다. 과오를 인정하고 고치는 과정은, 공적 신뢰를 다루는 저자의 태도—특히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기준이 요구되는지 보여준 사례입니다.
구달은 강연 투어 중이던 2025년 10월 1일(현지), 자연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JGI는 공식 추모 페이지를 열어 생애와 업적을 정리했고, 유력 매체와 과학계·환경단체는 “과학을 넘어 희망과 행동을 설파한 아이콘”으로 추모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개체의 삶과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과학자”로 회고했습니다.
| 1934 | 런던 출생 |
| 1960 | 곰베에서 야생 침팬지 관찰 시작 |
| 1965 | 곰베 스트림 연구센터 설립(장기연구의 제도화) |
| 1977 | 제인 구달 연구소(JGI) 설립 |
| 1991 | Roots & Shoots 창립(청소년 환경행동 네트워크) |
| 2002 | UN 평화메신저 임명 |
| 2003/2004 | DBE 작위(영국) 수훈(임명/집행) |
| 2021 | Templeton Prize 수상(신앙·과학·윤리의 가교) |
| 2025.01.04 | 대통령 자유 메달 수훈(백악관) |
| 2025.10.01 | 캘리포니아 강연 중 별세(자연사, 향년 91세) |
제인 구달은 숲의 실험실에서 시작해 세상의 교실로 나아간 과학자였습니다. 그는 ‘관찰’만으로 멈추지 않고, 보전·교육·정책·윤리로 연구를 번역했습니다. 과오가 있으면 인정하고 고치는 책임의 언어도 보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개체의 삶을 이름으로 부르고, 그 삶이 이어질 미래 세대에게 행동의 책임을 당부했습니다.
그녀가 떠난 자리는 크지만, 남긴 데이터와 제도, 사람과 이야기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그녀가 남긴 질문에 답할 차례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